
동명빌딩 연대기, 2026
· 서울 강동구
· 동명빌딩 리모델링
Dongmyeong Building Chronicle, 2026
· Gangdong-gu, Seoul, Korea
· D Building Remode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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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은 비포-애프터가 아니다.”
동명빌딩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생활가로 모서리에 서 있는 작은 도시형 상가주택이다. 1층부터 3층까지는 가로에 대응하는 상가로, 4층은 건물주가 거주하는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는 1990년대 서울 곳곳에 지어진 근린건축의 익숙한 방식이었다. 핑크색 타일 외벽과 반복되는 창, 도로와 맞닿은 저층부, 그 위에 얹힌 거주의 공간은 특별한 조형보다 구조의 경제성과 사용의 지속성을 우선하던 시대의 건축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며 건물은 한 차례 다른 시대의 외피를 입었다. 2010년대 이후 많은 노후 근린건축이 선택했던 유리 커튼월 형식의 외피가 동명빌딩에도 더블스킨처럼 덧대어졌다. 겉으로는 새롭고 도시적인 표정을 얻었지만, 그 안쪽에는 여전히 최초 건축의 구조, 반복되는 창, 계단실과 복도, 코너 대지가 만들어낸 질서가 남아 있었다. 이번 작업은 이전의 변화를 실패로 단정하거나 건물을 과거의 한 시점으로 되돌리려는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덧입혀진 외피와 그 안에 남은 질서를 함께 읽어내는 데서 출발했다.
작업은 먼저 기존 유리 더블스킨과 그 안쪽 외벽을 걷어내어 보와 기둥의 구조를 드러내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통해 건물은 새로운 외피와 도시를 향한 입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상태가 되었다. 동시에 4층 주택의 지속적인 사용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증설했다. 리모델링은 외관을 새롭게 만드는 일을 넘어, 변화한 도시와 사용자 조건에 맞추어 건축이 계속 쓰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
새로운 외피에는 흰색 외단열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는 기존 건물의 면적 효율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단열 성능과 오늘의 사용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가로 방향의 개구부는 최대한 열어 보행자와 차량의 흐름 속에서 건물이 명확히 인지되도록 했고, 교차로 모서리는 최소한의 기둥만 남긴 채 개방하여 저층부가 거리와 다시 관계 맺도록 했다. 또한 창호 후레싱의 두께는 입면 구성에 맞추어 조절해, 이후 상가의 사인이 자연스럽게 얹힐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상가 내부의 가치는 흔히 면적과 효율로만 평가된다. 그러나 지속되는 건축은 숫자 이상의 공간적 가치를 함께 가져야 한다. 동명빌딩의 개구부는 각 상가의 용도와 내부 환경에 맞추어 높이와 위치가 조정되었고, 때로는 시선의 높이를 조절하는 창으로, 때로는 붙박이 가구와 결합하는 배경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외피에는 일정한 반복 속에서도 미세하게 달라지는 리듬이 생겨났다. 이는 형태를 먼저 정한 결과가 아니라, 내부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이 외부로 드러난 것이다.
동명빌딩은 완전히 새로워진 건물이기보다, 계속 살아남는 건축의 한 장면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리모델링은 낡은 것과 새것을 나란히 놓는 비포-애프터가 아니라, 도시의 시간 속에서 건축이 변화에 맞추어 자신을 다시 조정해가는 과정이다. 동명빌딩 연대기는 서울의 보통 근린건축이 시대의 외피를 지나, 오늘의 일상 속에서 다시 쓰이기 위해 갱신되는 현재진행형의 기록이다.
· 위치: 서울특별시 강동구 천호동 35-29
· 용도: 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대지면적: 272.4㎡
· 건축면적: 130.72㎡
· 연면적: 653.6㎡
· 건폐율: 47.99%
· 용적률: 191.95%
· 용적률산정연면적: 522.88㎡
· 규모: 지하 1층, 지상 4층
· 완공연도: 2026년
· 외부 마감재: 외단열 시스템,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투명 로이 삼복층유리
· 내부 마감재: 도장, 타일, 제작가구 등
· 사진가: 이규빈
· 시공사: ㈜일로종합건설









